뉴스앤조이 김세진기자
“농촌에서 환경 운동하는 게 무슨 소용이에요. 도시가 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죠. 농촌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기껏해야 나무 몇 개 자르는 것이죠. 도시 사람들이 결단해야 합니다.”
서울 궁동 주택가 사이에 있는 평화의교회 박경양 목사는 일찌감치 환경 운동에 관심을 두었다. 이미 대학교 다닐 적에 한국공해연구소의 활동에 관심이 있었고 1987년 감리교가 농도선교회를 만들어 농촌의 유기농 상품을 도시에 보급할 때, 시작부터 함께했다. 평화의교회 역시 ‘초록세상’으로 유기농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집은 어린이들에게 친환경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텃밭을 운영하는 등 생태 교육을 하고 있다. 평화의교회는 2009 ‘녹색교회’로 지정되었다. 아이들이 뛰노는 교회 마당에서 화초에 물을 주고 있던 박경양 목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 생활협동조합 ‘초록세상’이 크지는 않지만 있을 물건은 다 있어 보인다. 어떻게 운영하나.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생협을 담당하는 사람을 세워 운영하고 있고 예배가 끝나고 가는 길에 여선교회 식구들이 시장을 보고 물품을 신청하고 간다. 소속 교단인 감리교단의 농도생협에서 생산지를 방문하면 교인들과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먹을거리를 바꾸고 농촌을 살리기 위한 운동으로 생협을 시작했는데, 혹 너무 커지면 장사로 변할까봐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은 유기농 급식을 하는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집이 차지한다.
-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집의 먹을거리를 소개해 달라.
평화의교회는 지역아동센터나 공동 육아 기관인 궁더쿵 어린이집을 통해 교회에 드나드는 어린이들에게 유기농 간식과 급식을 제공한다. 박경양 목사는 “어린이들에게 왕의 식탁을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유기농 급식을 시작했다”고 했다. 지역에 사는 가난한 아이들이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청에서 지역아동센터 급식비를 지원하지만 유기농을 제공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다행히 교회에서 운영하는 생협 매장 ‘초록가게’가 있어서 가능하다. 어린이들에게는 식재료가 유기농이라 비싸고 농부들의 정성이 들어갔다고 설명하고 음식을 먹을 만큼 가져가고 남기지 않게 교육한다고 했다.
- 생태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나.
생활의 일부분으로 생태 교육을 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매일 오후 한 시간 씩 나들이를 간다. 약수터에도 가고 텃밭에도 간다. 매일 그렇게 하니 아이들이 생태적 감수성이 생겼다. ‘지금쯤 어디 가면 어디에 싹이 나고 무슨 꽃이 피었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자연을 가까이 하니 아이들이 변했다. 때론 농촌에서 자란 나보다 식물과 곤충 이름을 잘 알기도 해서 ‘생태 교육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임을 실감한다.
공동 육아하는 어린이들도 자유롭게 키우니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한다. 궁더쿵 어린이집에는 별다른 장난감도 없다. 나무조각, 종이 상자나 고장 난 노트북 따위가 전부다. 옷장․책상․의자 등도 부모들이 만든 것을 쓴다. 다른 유치원은 차량을 이용해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만 공동육아는 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부모들이 먼저 생명․평화에 관심을 기울이며 공동체적으로 살아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하는 텃밭이 있다. 아이들이 텃밭을 빌려서 농사를 지었는데 농사를 모르니 텃밭이 놀이의 일부분은 되었으나 큰 의미를 주지 못했다. 물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거름은 어떻게 주는지 모른다. 농사를 왜곡할 것 같아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기업의 지원을 받아서 자매결연한 동면교회 목사님을 일주일에 한 번 모셔 1년 동안 농사를 배웠다. 파종에서 추수까지 강의를 듣고 직접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관찰하고 농사 일지를 쓰게 했다. 여름에는 동면교회로 가서 실제 밭에서 밭을 매게 했다. 어린이들이 자기가 심은 상추를 따서 밥을 먹고 감자를 캐서 쪄먹었다.
- 다른 생태적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최근에 ‘사과나무 분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충북 음성에 유기농 사과를 재배하는 농장이 있다. 감리교 농도 생협 생산자 회원 농장이다